[The Brand]The Brand (5) : Toss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필름을 선보이며

국내 기업 콘텐츠 영역에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토스. 브랜드에게 잘 만든 콘텐츠가 중요한 이유를

묻는다면, 토스만큼 좋은 레퍼런스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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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rand


펩스는 브랜드의 철학을 명확히 전하고, 

사용자의 마음에 오래 남는 결과물을 만들고자 합니다. 

<The Brand>에서는 그 고민의 연장선으로, 

브랜드 내부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을 만나 

브랜드 콘텐츠의 본질과 가능성을 들여다 봤습니다.  






EP.5

Toss


브랜드에게 콘텐츠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토스는 이 질문에 누구보다 명확하게 답해온 기업이다. 금융 서비스 제공을 넘어,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의 철학과 태도를 설득력 있게 전해온 곳. 토스는 특히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필름을 선보이며 국내 기업 콘텐츠 영역에서 하나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토스의 다양한 콘텐츠 실험을 함께해 온 비디오콘텐츠팀 김창선 PD와의 대화를 통해, 토스가 브랜드로서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고,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

about Toss

더 나은 금융의 기준을 만드는 금융 플랫폼. 송금 앱으로 시작해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하며 금융의 혁신을 도모해 왔고, 토스만의 감각을 담은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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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에서 토스로 


김예찬(이하 PEBS)  지금 토스에서 콘텐츠 프로듀서로 일하고 계신데요. 첫 직장은 어디였어요?   


김창선  대학생 때 1년 정도 휴학을 하고 방송 프로덕션에서 교양 PD로 일한 적이 있어요. 제가 담당했던 게 ‘생생정보통’ 비슷한 프로그램이었는데, 6mm 카메라 하나 들고 가서 20분짜리 영상 한 편 후딱 찍어오는 작업들로 시작을 했었죠. 스토리나 상황을 미리 짜놓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내 눈 앞에 흘러가는 장면들 중에서 좋은 것들을 캐치해내야 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저한테는 기본적인 영상 언어로 각인되었던 것 같아요. 저도 펩스처럼 다큐멘터리 베이스라고 볼 수 있어요. 


PEBS  가장 전형적인 레거시 미디어에서 시작을 하셨네요. 그때 당시 가장 크게 배운 건 뭐였어요? 


김창선  밖에서 촬영을 하다 보면 온갖 종류의 상황들을 마주하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순발력 같은 게 많이 길러졌던 것 같아요. 머릿속으로 가벼운 편집을 하면서 촬영을 하는 것도 가능해졌죠. 상황을 보자마자 ‘아, 이건 감동 포인트네’ 하면서 조금 더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앵글로 담아내고, ‘여기는 짧게 치면서 편집해야겠다’ 하면서 조금 더 속도감 있게 찍는다든지 하는 식인 거죠.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전체 프로덕션의 과정을 체득할 수 있었다는 거예요. 촬영 인원이 단 둘이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다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거든요. 


PEBS  너무 공감되는데요. 다큐멘터리가 베이스인 분들은 다 그런 것 같아요. 방송 프로덕션 이후에는 어디로 넘어가셨어요? 


김창선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몇 가지 선택지가 있었어요. 하나는 방송국 공채를 준비하는 거였는데 그러려면 한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겠더라고요. 저는 바로 영상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영상을 찍지 않음으로써 날이 무뎌지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마침 한국일보에 영상 PD 모집 공고가 뜬 거예요. 페이스북이 영상을 엄청 밀어붙이던 시기라, 신문사에서도 영상 뉴스를 제작해야 한다는 니즈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원했고, 바로 일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때가 또 탄핵 정국이었어요. 뉴스거리가 미친듯이 쏟아졌고, 무슨 영상이든 올렸다 하면 터지는 시기였죠. 덕분에 성과도 좋았고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도 돼서 2021년까지 한 5년 정도 있었어요. 


PEBS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신 다음에는 어떤 업무를 맡으셨어요? 


김창선  처음에는 한국일보 채널만 하나 있었어요. 그다음에 채널이 하나씩 추가되면서 총 3개 정도가 운영이 됐는데, 그중에서도 저는 프란(PRAN)이라고 해서 성평등, 친환경 등의 아젠다를 다루는 채널에 합류하게 됐죠.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로 페미니즘 담론 같은 것들이 활발하게 터져나오던 시기였는데, 그런 주제 안에서 조금 더 깊이 있는 담론을 발굴하고 기획하는 역할을 했어요. 그러면서 ‘나는  기획부터 들어가는 게 더 잘 맞는구나’ 싶었죠. 그전에는 대부분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아내고 편집하는 정도였잖아요. 프란에서는 어떤 주제와 인물을 다룰 것인지부터 정하고 들어갈 수 있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서 더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PEBS  4부작 다큐멘터리였던 ‘한여름의 연쇄살인’으로는 ‘이달의 기자상’도 받으셨어요.  


김창선  그게 폭염을 주제로 만들었던 건데, 2018년에 폭염이 진짜 역대급이었어요. 온열질환 사망자도 많았고요. 우리나라만의 이슈가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화두였다 보니까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였죠. 한 달 동안 다섯 개국 정도 출장 다니면서 촬영했던 걸로 기억해요. 네 편 묶어서 총 50분 정도 나왔으니까 그래도 한국일보에서 했던 작업 중에는 제일 규모가 크지 않았나 싶어요.   


PEBS  작업하시면서 롱폼에 대한 개념이 확 잡혔겠어요. 


김창선  그렇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방송국에 있을 때 당장 방송 내보내기가 급급하니까 굉장히 관성적으로 촬영하고 편집했던 습관이 거기에도 그대로 녹아 있거든요. 지금 보면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서 못 보겠어요(웃음). 그래서 만약 내가 좀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또 정석적인 커리큘럼을 따르지 않은 것의 장점도 있는 것 같아요. 결국 보면 기존의 문법을 파괴하는 영상들이 주목을 받잖아요. 그게 또 다음 시대의 문법이 되는 거고요.    


PEBS  공감합니다. 저희 펩스 내부 슬랙 안에도 레퍼런스 채널이 있는데, 오늘 올라온 다큐멘터리 하나가 기존 문법대로라면 진짜 말도 안 되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그럼 한국일보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게 된 계기는 뭐였어요? 


김창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영상을 만드는 것에 대단히 숭고한 목표가 있지는 않아요. 그냥 제가 밥 벌어 먹고 사는 데 가장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죠. 언론사에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결과도 잘 맞아서, 여기서 오래 꾸준히 일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한국일보 재직 초기에 동료였던 백순도 PD가 민음사TV를 거쳐  토스로 가게 됐고, 비디오콘텐츠팀을 꾸리는 와중에 저한테 합류 제안을 한 거예요. 한국일보랑 너무 다른 조직이어서 호기심이 생겼어요. 한쪽은 레거시의 끝판왕 같은 느낌이고 한쪽은 또 트렌드의 끝판왕 같은 느낌이잖아요. 그리고 그 당시에 업계에 신선한 파장을 준 핀테크 다큐멘터리를 만든 곳이니까 재미있을 것 같아서 토스로 옮기게 됐죠.  





콘텐츠는 브랜드의 얼굴 


PEBS  토스에 합류할 당시 비디오콘텐츠팀에 주어진 역할은 뭐였어요? 


김창선  토스의 이름을 떼고 금융이나 경제 얘기를 더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서브 채널을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그게 이제 머니그라피 채널이 된 거죠. 


PEBS  거의 적임자이기는 했겠어요. 이미 유튜브의 문법으로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낸 경험이 있었잖아요. 


김창선  속도 면에서는 그럴 수 있는데, 사실 한국일보에 있을 때는 영상의 화질이나 구성, 소위 완성도라고 하는 측면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매일매일의 뉴스가 더  중요한 요소였죠. 그런데 머니그라피로 내보내는 영상들은 한 편 한 편이 토스라는 브랜드의 얼굴이 되는 거니까 옛날 그 정도의 완성도로는 택도 없는 거예요. 초창기에 힘들었던 게 그런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훨씬 더 치열하고 집요하게 퀄리티를 끌어올려야 되니까요. 그래서 나름 퀄리티 있게 만든다고 시리즈당 8편씩 구성을 해서 사전 제작을 했는데, ‘위기의 주주들’이나 ‘파보니까’ 같은 초반 시리즈들이 개별 콘텐츠로서는 매력이 있어도, 채널의 성장을 견인하지는 못하는 거예요. 채널이 크려면 매주 꾸준히 나오는 콘텐츠가 있어야 되는데, 저희는 8개 내보내고 몇 개월 쉬고 이러니까 유튜브 문법에 전혀 맞지를 않았던 거죠. 그래서 2023년 3월에 채널을 완전히 리뉴얼한 다음 ‘B주류경제학’을 기획하게 됐어요. 




PEBS  초반 콘텐츠들은 회사에서도 실패라고 평가했던 건가요? 


김창선  콘텐츠를 만든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는 분위기이긴 했는데, 회사 차원에서 평가를 하거나 압박을 주고 그러진 않았어요. 성공할 방법을 스스로 찾도록 만드는 게 토스의 문화죠. 성공을 제일 바라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일 테니까요. 


PEBS  ‘B주류경제학’을 기획하면서 가장 중점에 뒀던 건 뭐였어요?  


김창선  무조건 매주 한 편씩 올라가야 된다는 게 요건이었어요. 그러려면 정해진 공간 안에서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게 중요했고, 동시에 퀄리티에 대한 부분도 놓치면 안 됐기 때문에 팟캐스트 토크쇼라는 포맷을 기본으로 잡고 갔죠.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서는 사무실의 안 쓰는 공간을 스튜디오로 만들었고, 토크쇼라는 게 결국 인물이 중요하다 보니 인물 섭외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누구도 압박을 주지 않았지만 저희 스스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죠. 앞선 경험들을 바탕으로 다시는 실패하지 않고자 콘텐츠 제작 방식부터 뜯어 고쳤던 것 같아요. 


PEBS  준비 기간이 꽤 됐을 것 같은데, 보통의 회사라면 그렇게 시간을 넉넉하게 주지는 않잖아요. 토스라서 가능했던 걸까요? 


김창선  콘텐츠가 주력인 회사였다면 바로 다음 콘텐츠를 내보내는 게 더 중요했을 거예요. 그런데 토스는 콘텐츠 회사가 아니잖아요. 영상 한 편 한 편이 브랜드를 대변할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시간을 들이는 게 맞다고 판단했죠. 그게 토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기조인 것 같아요. 높은 콘텐츠 품질을 위해선 필요한 만큼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게. 


PEBS  토스에서는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도 지속적으로 만들어오고 있는데, PD님께서 담당하셨던 작업은 어떤 게 있나요?  


김창선  ‘블록 버스터즈’는 기획부터 연출, 촬영, 편집 다 제가 맡아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인데요. 당시에 회사에서 ‘보안’이라는 화두를 좀 강화하고 싶은 니즈가 있었어요. 그 일환으로 오리지널 캠페인 필름을 기획하게 됐는데, 저는 다큐멘터리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범죄 실화 다큐멘터리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무드를 좀 살리려고 금융 범죄 쪽에서 소재를 찾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에 대해 다룰까 하다가 조금 더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중고거래 사기에 초점을 맞추게 됐죠. 


PEBS  보통 다큐멘터리 보면 인터뷰로 현상을 훑는 정도만 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블록 버스터즈’ 같은 경우에는 취재를 하면서 계속 핵심으로 다가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김창선  인터뷰만으로는 긴장감을 유지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다큐멘터리 내내 벌어지는 실제적인 사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심지어는 제가 사기를 당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결국에는 다큐멘터리의 핵심 축이 되는 사건을 만나게 됐어요. 


PEBS  피해자의 익명성을 표현하는 방식도 참신했던 것 같아요. ‘벽도리’라는 이름을 가진 되게 팝한 스타일의 2D 캐릭터가 등장하잖아요. 


김창선  이 다큐멘터리의 전체 톤이 좀 키치하면서도 묘하게 공포가 느껴지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중고거래 사기에 대해 사람들은 그렇게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웃고 넘기는 해프닝 정도가 기본 스탠스란 말이에요. 그걸 표현하기 위해 키치하게 가되, 그걸 점점 더 깊이 파고 들어갔을 때 이 사회의 문제가 잘 드러났으면 했죠. 그래서 그 ‘벽돌’도 처음에는 귀여워보이지만 뒤로 갈수록 어두운 이미지로 변하게 돼요. 아마 ‘벽돌’이 없었으면 좀 멀멀한 느낌의, 비주얼적인 매력 포인트가 없는 다큐멘터리가 됐을 것 같아요. 


PEBS  토스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를 보면 기업 안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게 가장 안정적인 자본으로 보다 진취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창선  그런데 그만큼 기업이 오픈되어 있어야 할 거예요. 구조적인 문제도 있을 거고요. 토스는 내부에 PD들이 있으니까 카메라가 더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거든요. 


PEBS  토스는 내부의 이야기를 내부자가 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외부의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짓고 있는 것 같아요.  토스 뿐 아니더라도 결국은 이런 형태가 기업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미래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좋은 협업을 위한 태도 


PEBS  토스와 펩스가 함께 작업한 10주년 브랜드 필름 이야기를 안 해볼 수가 없죠.


김창선  보통 그런 TV 광고급의 브랜드 캠페인 영상들은 에이전시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하다 보니 프로덕션과 멀리 떨어져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비디오콘텐츠 팀의 PD가 개입이 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저한테도 굉장히 새로운 시도였죠. 그동안에는 외부 프로덕션과 협업을 하더라도 주로 촬영이나 편집 같은 기술적인 부분만 맡겼었기 때문에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덕션과 붙어서 일을 한 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서툰 부분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PEBS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었던 만큼 아이디어도 많았고, 어떤 방향이 더 맞을까 하는 고민들을 초반에 굉장히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김창선  맞아요. 제가 그걸 컨트롤하는 게 익숙하지 않으니까 일단 아이디어들 다 받아놓고 계속 ‘다른 것도 좀 볼까요?’ 이런 식으로 했었죠. 어깨 너머로 보면서 ‘저렇게 하지는 말아야지’ 생각했던 방식임에도 불구하고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누구도 결정하지 않고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묘한 상황에 봉착해버린 거예요. 그걸 깨닫고는 ‘아, 내가 핸들을 제대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프로젝트 안에서는 내가 결정을 해야 되는 위치에 있고,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취해야 할 명확한 태도가 있다는 걸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PEBS  요즘 브랜드가 프로덕션에 다이렉트로 연락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기존의 에이전시 역할을 클라이언트가 할 것이냐 프로덕션이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생겨나게 되는 것 같은데 결국에는 역량이 있는 클라이언트가 핸들을 잡고 갈 때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건 맞는 것 같아요. 브랜드가 원하는 건 브랜드가 제일 잘 알테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함께했던 작업에서도 토스팀이 큰 결심을 하시면서 최종 방향을 강하게 잡아주셨던 시점이 저희로서도 되게 중요했던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프로덕션 과정도 되게 인상적이었는데, 현장에서 문제가 될 만한 부분들을 꼼꼼하게 확인하시면서도 프로덕션의 영역을 넘지 않으시더라고요.  


김창선  저도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까 주도권이 너무 중요하거든요. 만약 제가 연출이고 생각한 그림도 이미 다 있는데 누군가 그걸 방해하거나 제 핸들에 손을 올리려고 하면 너무 스트레스 받잖아요. 펩스한테 연출의 주도권이 있는 거니까 앞에서 어느 정도 제작 방향이 합의가 되면 나머지는 펩스가 하고 싶은 걸 다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다음 저는 혹시 모르니까 추가 장면들을 조금 더 넉넉하게 따놓거나 하는 정도였죠. 


PEBS  별 게 아닌 것처럼 말씀을 하시지만 사실은 되게 어려운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현장의 핸들은 연출 감독에게 넘길 수 있어도 여전히 전체 프로젝트 관점에서는 토스 쪽에서 핸들링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김창선  결국에는 가장 앞단에서 피봇의 과정을 잘 거쳤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저희가 피봇을 안 하고 어떤 안을 대충 선택해서 얼기설기 만들어 갔으면 현장에서도 불안하니까 계속 간섭을 했을 것 같은데, 방향을 딱 정리하고 나서는 이미 촬영이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펩스에 대한 신뢰는 기본적으로 있었고, 연출 맡으셨던 형진 감독님께서 주신 ‘수석 할아버지’ 아이디어가 진짜 좋았거든요. 원래는 학생들이 신발을 거래하다가 사기당하는 전형적인 레퍼토리를 생각했었는데, 수석을 모으는 할아버지가 사기를 당한다고 하니까 참신한 거예요. 그게 키 비주얼이 되면서 앞뒤에 붙은 상황도 재미있게 변주될 수 있었어요. 전체 인물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중심축이 됐죠. 그때부터 프로젝트의 다른 팀원분들도 되게 즐겁게 아이디어 피칭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PEBS  보통 외부 파트너들과 협업할 때 어떤 팀에 마음이 가는 편이세요? 


김창선  저희를 원 팀처럼 생각하시고 소통해주시는 분들에게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이건 정말 개인적인 생각인데, PT할 때 많은 에어진시와 프로덕션에서 멋진 퍼포먼스형 PT를 하시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런 화려한 PT와 솔루션보다도, 저희의 문제를 지금까지 함께 고민했던 사람처럼 진심을 담아 말씀하시는 게 더 와닿더라고요. 펩스한테도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었는데, 결국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면 저희나 외부 파트너나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잖아요. ‘이게 가능할까요?’ 했을 때 펩스는 늘 저희를 만족시키려고 빈 말을 하기 보다는, 안 되면 안 된다고 솔직하게 말을 해줬어요. 그런 부분에서 가장 최선의 결과를 함께 만들어가려는 모습이 보이니까 나중에 가서는 ‘펩스가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지’ 이렇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웃음). 그런 감각이 느껴질 때가 저는 너무 좋아요. 


PEBS  저희도 여러 PT를 참여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고민이 많거든요. 다양한 방식들이 있겠지만 결국 저희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진솔하게 접근했을 때 결과도 좋았던 것 같아요. 물론 이런 결에 공감해주는 기업을 만났을 때 가능한 이야기겠지만요. 





나의 DNA를 드러내는 일 


PEBS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태도적인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은 어떤 게 있다고 보세요? 


김창선  창작자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명징하고 뚜렷하게 드러내야 하는 것 같아요. 나를 브랜드에 완전히 희석시켜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토스의 정신이 도전이라고 해서 도전 정신만 남겨 놓고 나의 존재감을 지우는 형태가 되면 안 된다는 거죠. ‘블록 버스터즈’를 만들 때도 저는 저의 코어가 언론사에 기반해 있다는 걸 숨기지 않았거든요. 만약 그걸 감추고 토스의 스타일에만 맞추려고 했으면 브랜드 다큐멘터리라고 부를 수 없는, 어떤 관리자가 만든 그저 그런 브랜드 영상이 나왔을 것 같아요. 그런데 결국은 콘텐츠의 완성도를 통해서 브랜드의 가치도 높아지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창작자의 DNA를 잘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PEBS  그럼 토스 안에서 PD님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을 만한 욕심이 나는 이야기를 계속 찾으셔야겠네요. 


김창선  그렇죠. 사실 저희 팀에서 제작 중인, 음악 토크쇼 ‘머니 코드’는 제 능력으로는 만들 수 없는 프로그램이에요. K-POP이나 뮤직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가 전혀 없으니까요. 그 대신 내가 만들 수 있고 나만 만들 수 있는 건 무엇인지 계속 찾아야겠죠. 그래야만 동기부여가 되고 일을 지속할 수 있으니까요. 나의 일과 내가 가진 개성을 사랑하지 않는데 회사를 사랑할 수는 없잖아요. 어떻게 보면 구성원들이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최선을 다해 하고 있기 때문에 토스라는 브랜드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토스가 왜 음악 콘텐츠를 만들겠어요? 그냥 만드는 사람이 음악을 너무 좋아할 뿐인 거예요. ‘토스가 왜 음악 콘텐츠를 만들어?’라는 의구심을 앞세우기보단,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토스에서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새로운 브랜드 가치가 탄생하는 거죠. 자기 일과 관심사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까 저절로 토스라는 브랜드의 가치 상승에도 기여를 하게 되는 거죠. 





PEBS  확실히 토스의 구성원 분들은 자기만의 취향과 색깔이 확실한 것 같아요.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그렇고요. 


김창선  ‘우리는 이런 식으로 일해’ 보다는 ‘이 프로젝트의 PM인 나는 이런 방식으로 일할 거야’가 더 맞는 것 같긴 해요. 정형화된 규격 안에서 일하기를 강요하지 않죠. 오늘 제가 토스에서 일한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토스 전체의 방식이라기보다는 저라는 사람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PEBS  앞으로 PD님께서 특별히 시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김창선  진짜 막 던져 보자면 저는 옛날부터 시트콤 같은 것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키 앤 필’ 같은 미국식 시트콤 있잖아요. 그런데 그건 재능의 영역이라 저는 안 될 것 같고, 카메라 한 대만 들고 이곳저곳 유랑하면서 만들 수 있는 작업도 좋을 것 같아요. 암벽 등반이나 서핑 같이 스포츠를 다루는, 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다큐멘터리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6mm 한 대 들고 다니던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을 오랜만에 한 번 느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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