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해외 브랜드를 단순히 국내에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 브랜드의 정체성과 이야기를 국내 시장의 언어와 감각에 맞게 맥락화해 소개하는 데 집중한다. 송지헌 마케팅 총괄은 이러한 플랫폼의 방식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으로, 세인트제임스, 테바와 같은 브랜드가 어떻게 한국 소비자와 연결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트렌드보다 태도를, 화려한 전략보다 현장의 감각을 믿는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플랫폼이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방식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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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Platform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의 기준을 제안하는 브랜드 셀렉트 플랫폼. 해외 브랜드를 단순히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시장에 맞게 로컬라이징하여 브랜드 고유의 매력을 온전히 전달해 오고 있다. 인스타그램
현장에서 배운 것
김예찬(이하 PEBS) 지금 플랫폼 플레이스에서 마케팅을 총괄하고 계신데요. 마케팅 일은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송지헌 저는 원래 신발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나이키 조던을 너무 좋아해서 모으기도 많이 모았었거든요. 좋아하는 마음만 갖고, 잘 알아보지도 않고 의류학부로 진학을 했어요. 신발 관련 내용은 가르치지 않는다는 걸 1학년 첫 진로 상담 때 알게 된 거죠. 교수님이 ‘너 뭐하는 녀석이냐’ 했어요.(웃음) 아쉬운 마음에 학교 다니면서 계속 슈즈 브랜드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판매직으로 일했어요. 그러다가 졸업과 동시에 ‘비슬로우’라는 남성 패션 편집숍에서 매니저를 하게 됐었죠.
PEBS 매니저 일을 하면서 마케팅을 겸하게 됐던 건가요?
송지헌 그 당시가 매장 SNS를 키우는 게 화두이던 시절이었어요. 빔즈 같은 일본 편집숍들이 매장마다 계정을 운영했었거든요. 그걸 비슬로우가 빠르게 도입했었죠. 물론 국내 다른 편집숍들도 그런 행보를 보였고요. 그래서 저도 비슬로우 스토어 SNS를 관리하게 됐는데, 스태프 스타일링 콘텐츠 말고도 저희끼리 콘텐츠도 찍고, 소통도 하고 그랬어요. 그때 정말 매출도, SNS 계정도 쭉쭉 성장을 했죠. 본사에서 좋게 봐주셔서 1년이 지나고 본사 마케팅팀에서 일하게 됐어요. 마케팅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패션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이것저것 해보고 부딪혀가면서 배웠죠.
PEBS 그 시절에 가장 많이 배운 게 있다면 뭘까요?
송지헌 지금은 제가 주로 사무실에서 일하잖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사무실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매장에서 일할 때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 같은게 분명히 있어요.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뭘 원하는지 바로 앞에서 보다 보면 그런 것에 민감해지게 되거든요. 브랜드와 고객의 접점에서 일어나는 신호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본능 같은 감각이 생겼죠. 이건 마케팅팀에서 일했을 때 일인데요. SNS에 여러 단종된 제품들을 찾는 댓글들이 반복적으로 달리는 거예요. 그래서 단종된 제품들의 이미지를 모아서 이상형 월드컵 같은 콘텐츠를 기획했어요. 그중 1위를 차지한 상품은 다시 출시까지 하게 됐는데, 발매 당일 하루만에 품절이 됐죠. 대단히 크리에이티브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고객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작은 신호를 알아차리는 것이 마케팅에서는 더 중요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송지헌 제가 비슬로우를 그만두고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지다가 재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코로나가 터진 거예요. 진행 중이던 입사 전형이 취소되기도 하고 상황이 정말 안 좋았어요.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 사업을 시작하게 됐죠. 그런데 다행히 사업이 잘됐어요. 제가 미국 문화를 좋아하고, 옷도 일반 패션 브랜드 옷보다 굿즈 같은 걸 사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때도 예일대나 하버드대 캠퍼스 사이트에서 오리지널 챔피온 같은 걸 직구해서 입었는데, 저 말고도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해외구매대행을 해주는 쇼핑몰을 열게 됐는데,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해외 구매 대행을 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많아진 거죠. 게다가 마침 미국 대학교를 라이센스로 가져와 국내에서 패션 브랜드로 전개하는 회사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오리지널 제품을 구매 대행하는 제가 낙수효과를 본 것도 있었어요. 운도 좋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잘 쌓아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아닐까 싶기도 해요.
PEBS 사업을 접은 이유는 뭐였어요? 계속 확장해 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송지헌 매출이 좋았어요. 해외 구매대행이지만 브랜딩과 마케팅에 힘을 쓴 덕분에 팬들이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성에 대한 고민이 생겼고, 사업을 하면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들을 다시 회사에 들어가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플랫폼 플레이스에서 회사 생활을 다시 시작한 거죠.
PEBS 입사 직후에 어떤 일이 맡겨졌나요?
송지헌 플랫폼 플레이스는 해외의 좋은 브랜드를 수입해서 국내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플랫폼 플레이스가 취급하는 여러 브랜드 중에서도 저는 ‘세인트 제임스’의 국내 마케팅을 담당하게 됐죠.
PEBS 담당하셨던 프로젝트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송지헌 기본적으로 다 해외 브랜드이기 때문에 국내에 맞게 로컬화를 하는 작업이 필요한데요. 특히 세인트 제임스는 그 부분에서 자유도가 굉장히 높은 브랜드여서 국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건 일러스트레이터 그림비 작가님과 함께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열었을 때예요. 팬데믹 시기였던지라 여행이라는 주제로 전시 같은 걸 열었는데, 당시 라이프스타일 제품에 대한 테스트를 해보고 싶은 니즈가 내부에 있어서 굿즈 개념으로 일부 기획 및 판매를 했었죠. 접시, 앞치마, 컵 등을 만들었고 그중에는 강아지 옷도 소량 있었어요. 그런데 의외로 그게 너무 반응이 좋은 거예요. 그 이후에 강아지 옷을 정식 컬렉션으로 출시하는 데 연결이 되기도 했어요. 역시 부딪혀봐야 아는구나 또 한 번 깨달았던 거죠.
PEBS 확실히 현장에서 체득할 수 있는 것들이 있네요.
송지헌 맞아요. 사실 강아지 옷 검색해 보면 세인트 제임스랑 비슷한 결의 줄무늬 옷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세인트 제임스라는 브랜드에서 강아지 옷이 나오길 원했던 거잖아요. 아마 그 현장이 아니었으면 계속 몰랐을 거예요. 그런 경험들이 있다 보니까 지금도 가급적이면 오프라인 현장에 나가 직접 보고 얘기해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직관을 믿다
PEBS 저희가 ‘이 문을 지나면’ 캠페인을 함께했던 테바라는 브랜드는 그 이후에 추가로 담당하게 되신 건가요?
송지헌 맞아요. 테바가 저희랑 새롭게 계약을 하게 됐는데, 그 당시 ‘테바’ 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성비 샌들 이미지가 강했어요. 제 사무실 슬리퍼도 쿠팡에서 아주 저렴하게 샀던 테바 슬리퍼였거든요(웃음). 테바는 유통 측면에서 반드시 개선이 필요했고, 마케팅 측면에서도 한국 시장에 아웃도어 DNA를 잘 정착시켜야 한다는 미션이 있었습니다. 그 미션이 쉽지 않다 보니 내부적으로도 다들 담당하기를 망설였고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을 때는 브랜드의 헤리티지가 지금까지 잘 쌓였고, 그걸 한국에도 재밌게 전달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해보겠다고 손을 들어버렸죠.
PEBS ‘이 문을 지나면’이라는 콘셉트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건가요?
송지헌 먼저 아웃도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외국에서는 이 아웃도어라는 단어 하나로 실외에서 하는 모든 활동을 품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꼭 등산복을 입고 산 정상에 올라가서 숨을 고르는 이미지를 생각해요. 그래서 문밖을 나서면 그 뒤로는 모든 순간이 아웃도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이 문을 지나면’이라는 콘셉트를 떠올리게 됐죠.
PEBS 펩스와 함께할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신 거예요?
송지헌 오래전부터 펩스를 알고 있었어요. 너무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했고, 이 프로젝트는 펩스랑 하면 되겠다는 확신이 있었죠. 브랜드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하면 그걸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연예인을 활용해서 화려한 광고를 찍는 게 아닌, 실제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게 맞는 방향 같았어요. 그건 펩스가 가장 잘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테바 본사와의 첫 미팅 때 다짜고짜 펩스랑 하겠다고 질러버렸어요. 팀원들이랑 의논해 본 적도 없는데 말이에요(웃음).
PEBS 다들 당황했겠어요.
송지헌 그러니까요. 다들 그랬어요. ‘펩스가 대체 누구냐’고요(웃음). 그래서 펩스가 어떤 팀인지 다른 분들에게도 소개를 해드렸고, 빠르게 첫 미팅을 가졌는데, 예찬 감독님께서 펩스 작업에 담긴 진정성을 너무 잘 전달해 주신 덕분에 다들 감동을 받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 미팅 때 이야기를 지금도 종종 할 정도로 강력한 인상이 남았던 미팅이에요. 마케팅을 하다 보면 숫자보다는 직관을 믿는 게 맞을 때가 종종 있거든요. 그때는 정말 직관으로 움직였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이 캠페인은 반드시 펩스랑 해야만 했어요.
PEBS 그렇게 믿고 불러주신 덕분에 저희도 아웃도어 분야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거의 1년 정도를 함께하면서 총 다섯 개의 영상을 같이 만들었잖아요. 보통 캠페인 영상이라고 하면 한 시즌 정도를 같이 하는 게 다니까, 저희로서도 특별한 경험이었죠.
송지헌 한 번 크게 만들 수 있는 예산이 있다고 하면 저는 그걸 쪼개서 작게 여러 번 하는 걸 선호해요. 브랜드 메시지라는 건 결국 여러 번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서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되잖아요. 그래서 다섯 개의 영상을 만들기로 했는데, 제 기억에는 다섯 번 모두 펩스에서 세 분 정도? 정말 최소한의 스태프로 구성해서 오셨거든요. 그런데도 현장이 너무 수월하게 돌아갔고 그만큼 결과물도 잘 나왔어요. 그때 마케팅이라는 건 돈이나 규모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느꼈죠. 우리의 목표와 메시지가 명확하고, 그걸 같이 잘 만들어갈 마음 맞는 사람들이 있으면 충분히 좋은 퀄리티가 나온다는 걸 직접 목격했던 거예요.
PEBS 인물의 행동과 표정을 최대한 생생하게 담아내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적은 인원으로 그때그때 더 기민하게 움직이는 게 맞겠다는 판단이 있었죠. 콘텐츠가 발행된 후 마케팅적인 지표들은 좀 어땠나요?
송지헌 많은 지표가 긍정적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더 이상 테바를 가성비 브랜드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많은 채널을 통해 테바가 아웃도어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였죠. 이를테면 테바 샌들을 배낭에 걸고 다니거나, 테바 샌들을 신고 계곡에 들어가는 모습 같은 것들에서요. 아웃도어 브랜드 연관 검색어에도 테바가 등장하기 시작했죠. 제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유효하게 힘을 발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했어요.
좋아하고 존중중하기
PEBS 가장 최근까지는 휠라에서 마케팅을 담당하셨죠. 휠라에서의 역할과 플랫폼에서의 역할은 서로 많이 달랐나요?
송지헌 제가 소속됐던 팀은 조금 더 매출을 일으키는 데 초점을 맞춘 마케팅 활동을 하는 팀이었어요. 그동안 매출을 신경쓰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제가 주력했던 분야와는 또 달랐고, 예산 규모도 달랐기 때문에 저에게는 정말 많은 부분이 도전 같았죠. 돌아보니 많은 부분을 배웠던 것 같은데요, 특히 숫자를 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PEBS 저희가 한 번 더 호흡을 맞췄던 ‘Our Sport is Beautiful’ 캠페인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송지헌 휠라는 원래 스포츠 브랜드에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조금 다른 이미지를 갖게 됐고, 내부적으로도 이를 탈피하고자 하는 숙제가 있었죠. 그래서 리브랜딩 과정에 있었는데, 그 전략 과제 중 하나가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거였어요. 마침 시기적으로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있을 때라, 회사에서는 본격적으로 스포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브랜드 캠페인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죠. 엄밀히 따지면, 제가 소속된 팀에서 할 일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부서 전체가 함께 브레인스토밍하는 과정에서 저의 기획안을 감사하게도 좋게 봐주셨죠. 그렇게 휠라가 정말 멋진 스포츠 브랜드라는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됐어요. 테바에서 리브랜딩을 위해 진행했던 캠페인 관련 경험을 인정해 주셨던 것도 있는 것 같고요.
PEBS ‘Our Sport is Beautiful’ 캠페인의 핵심은 뭐였어요?
송지헌 캠페인을 통해서 ‘우리의 스포츠가 왜, 그리고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스포츠 선수들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휠라에게는 그것이 더 진정성 있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죠. 실제로 휠라는 두산베어스와 한국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오래된 스폰서십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어요. 올림픽 선수들에게 최고 수준의 선수복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고요. 이런 휠라의 진심이 잘 묻어날 수 있도록 선수들의 입을 빌어 담백하게 담아내고 싶었어요. 너무 화려하거나 감동적인 스포츠 광고의 느낌은 덜어내고요.
PEBS 테바 캠페인을 진행하던 규모와 휠라 캠페인을 진행하던 규모가 확연히 달랐을 것 같은데, 더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으셨어요?
송지헌 사실 회사의 규모도, 프로젝트의 규모도 저는 다 처음 겪어보는 수준이었거든요. 그리고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해관계가 많더라고요. 외부에는 저희가 꼭 담고 싶었던 선수들부터, 그들의 팀과 협회, 프로덕션도 있고, 내부적으로도 많은 팀이 관여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PM이니까 이 수많은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저인 거예요. 그래서 ‘내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런 메모를 적었던 게 기억이 나요. ‘사람들은 다 각자의 뾰족함이 있다. 그들이 톱니바퀴가 될 수 있게 적당히 끝을 다듬어주고, 한곳으로 모아, 잘 맞물려 돌아갈 수 있게 해주자.’ 그런 역할을 하려고 계속 노력했던 것 같아요.
PEBS 그렇게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고 그에 따른 다양한 의견이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헤쳐 나가시는 편인가요?
송지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그리고 이뤄야 할 목표에 대해서 계속 상기시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외부 파트너와 일할 때는 우리가 이 캠페인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 캠페인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이야기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실제로 소통할 때만 봐도 예산 얘기했다가 의상 얘기했다가 또 카메라 앵글 얘기하고 그러잖아요. 정신없는 와중에 길을 잃지 않으려면 목표를 잊어서는 안 되죠. 그 목표를 해치지 않는 선이라면 추가적인 아이디어나 요청 같은 것들은 수용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PEBS 어떻게 보면 회사를 운영할 때 가지는 고민과도 비슷한 것 같네요. 공동의 목표를 계속 심어주되 디테일한 액션에 있어서는 믿고 맡겨야 하고, 동기 부여까지도 해줘야 하니까요. 함께 협업하게 될 파트너들에게 특별히 바라는 점 있을까요?
송지헌 제가 <일의 감각> 쓰신 조수용 대표님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그분은 ‘누구나 선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계시대요. 왜 일하다가 의견 차이가 날 때 보면 사실은 다 각자의 위치에서 잘하려고 그러는 경우가 많잖아요. 누구나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걸 알아주면서 또 서로 믿으면서 일을 하다 보면 모든 게 조금씩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같이 일하는 팀들을 최대한 존중하고, 좋아하려고 하거든요. 그걸 느끼면 상대도 자신이 가진 능력을 더 발휘하고 싶어질 거예요. 그리고 상대도 그런 마음으로 저희를 대해줄 때 정말 최고의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제가 펩스랑 함께했을 때처럼요(웃음).
하면 할수록 어려운 일
PEBS 다양한 브랜드에서 마케팅을 펼쳐오신 담당자로서, 현시점의 마케팅 트렌드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송지헌 제가 감히 트렌드를 이야기하기엔 어려울 것 같고요. 다만 느끼는 건 변화가 너무 빠르다는 거예요. 과거와 미래만 있을 뿐 현재는 없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데요. 정말 그 정도로 빨라요. 트렌드임을 알면 이미 지나가 버리고 없어요. 또 한 가지는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들은 트렌드를 자신들의 고유한 이야기로 잘 해석한다는 거예요. 브랜딩은 브랜딩대로 가면서 마케팅 차원에서는 늘 뒤처지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 같아요.
PEBS 좋은 브랜드 마케팅이란 뭘까요?
송지헌 주변에 보다 보면 너무 자기 얘기만 하는 브랜드들이 있는데요. 그런 방법은 적어도 저에게는 좋은 브랜드 마케팅 같지는 않아요. 정말 좋은 마케팅, 잘하는 마케팅은 사람들이 그 브랜드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들만의 언어와 방식으로 기가 막히게 잘 풀어내요. 브랜드의 이야기지만 사람들이 듣고 싶게끔 잘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PEBS 최근에 다시 플랫폼으로 돌아오셨어요. 조금 더 어깨가 무거워졌을 것 같은데요.
송지헌 아무래도 그렇죠. 좋게 봐주신 덕분에 전 직장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고 돌아왔으니 그만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사실 아직 너무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마케팅은 정말 하면 할수록 더 어려운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돌아와 보니 몇 년 전 나보다 조금 성장했다고 느끼는 포인트들도 있는데요. 그래서 더 높은 목표와 도전 의식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또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하고요. 가만 보면 저는 쉬운 길을 잘 택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사서 고생한다랄까(웃음).
PEBS 어렵다는 생각, 부족하다는 생각은 결국 더 잘하고 싶으니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미 지금까지 한 번도 가만히 계셨던 적이 없고 언제나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삶들을 살아오셨으니까 그 자체로도 귀감이 많이 됩니다.
송지헌 좋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한 얘기를 돌아보니 모르면 모르는 대로 부딪히면서 배우고, 배우면 배웠다고 그 단계에서 머무르려 하지 않고, 스스로 좀 더 어렵고 힘든 길을 찾아 갔던 것 같네요. 몇 년 후에 또 이런 자리가 생기면 그때도 지금처럼 웃으면서 자신 있게 지난 날들을 얘기하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The Brand
펩스는 브랜드의 철학을 명확히 전하고,
사용자의 마음에 오래 남는 결과물을 만들고자 합니다.
<The Brand>에서는 그 고민의 연장선으로,
브랜드 내부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을 만나
브랜드 콘텐츠의 본질과 가능성을 들여다 봤습니다.
EP.4
Platform
플랫폼은 해외 브랜드를 단순히 국내에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 브랜드의 정체성과 이야기를 국내 시장의 언어와 감각에 맞게 맥락화해 소개하는 데 집중한다. 송지헌 마케팅 총괄은 이러한 플랫폼의 방식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으로, 세인트제임스, 테바와 같은 브랜드가 어떻게 한국 소비자와 연결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트렌드보다 태도를, 화려한 전략보다 현장의 감각을 믿는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플랫폼이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방식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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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Platform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의 기준을 제안하는 브랜드 셀렉트 플랫폼. 해외 브랜드를 단순히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시장에 맞게 로컬라이징하여 브랜드 고유의 매력을 온전히 전달해 오고 있다.
인스타그램
현장에서 배운 것
김예찬(이하 PEBS) 지금 플랫폼 플레이스에서 마케팅을 총괄하고 계신데요. 마케팅 일은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송지헌 저는 원래 신발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나이키 조던을 너무 좋아해서 모으기도 많이 모았었거든요. 좋아하는 마음만 갖고, 잘 알아보지도 않고 의류학부로 진학을 했어요. 신발 관련 내용은 가르치지 않는다는 걸 1학년 첫 진로 상담 때 알게 된 거죠. 교수님이 ‘너 뭐하는 녀석이냐’ 했어요.(웃음) 아쉬운 마음에 학교 다니면서 계속 슈즈 브랜드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판매직으로 일했어요. 그러다가 졸업과 동시에 ‘비슬로우’라는 남성 패션 편집숍에서 매니저를 하게 됐었죠.
PEBS 매니저 일을 하면서 마케팅을 겸하게 됐던 건가요?
송지헌 그 당시가 매장 SNS를 키우는 게 화두이던 시절이었어요. 빔즈 같은 일본 편집숍들이 매장마다 계정을 운영했었거든요. 그걸 비슬로우가 빠르게 도입했었죠. 물론 국내 다른 편집숍들도 그런 행보를 보였고요. 그래서 저도 비슬로우 스토어 SNS를 관리하게 됐는데, 스태프 스타일링 콘텐츠 말고도 저희끼리 콘텐츠도 찍고, 소통도 하고 그랬어요. 그때 정말 매출도, SNS 계정도 쭉쭉 성장을 했죠. 본사에서 좋게 봐주셔서 1년이 지나고 본사 마케팅팀에서 일하게 됐어요. 마케팅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패션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이것저것 해보고 부딪혀가면서 배웠죠.
PEBS 그 시절에 가장 많이 배운 게 있다면 뭘까요?
송지헌 지금은 제가 주로 사무실에서 일하잖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사무실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매장에서 일할 때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 같은게 분명히 있어요.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뭘 원하는지 바로 앞에서 보다 보면 그런 것에 민감해지게 되거든요. 브랜드와 고객의 접점에서 일어나는 신호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본능 같은 감각이 생겼죠. 이건 마케팅팀에서 일했을 때 일인데요. SNS에 여러 단종된 제품들을 찾는 댓글들이 반복적으로 달리는 거예요. 그래서 단종된 제품들의 이미지를 모아서 이상형 월드컵 같은 콘텐츠를 기획했어요. 그중 1위를 차지한 상품은 다시 출시까지 하게 됐는데, 발매 당일 하루만에 품절이 됐죠. 대단히 크리에이티브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고객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작은 신호를 알아차리는 것이 마케팅에서는 더 중요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PEBS 고객의 니즈를 캐치하는 역량을 키울 기회였던 거네요. 비슬로우 다음에는 어디로 이동하신 거죠?
송지헌 제가 비슬로우를 그만두고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지다가 재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코로나가 터진 거예요. 진행 중이던 입사 전형이 취소되기도 하고 상황이 정말 안 좋았어요.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 사업을 시작하게 됐죠. 그런데 다행히 사업이 잘됐어요. 제가 미국 문화를 좋아하고, 옷도 일반 패션 브랜드 옷보다 굿즈 같은 걸 사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때도 예일대나 하버드대 캠퍼스 사이트에서 오리지널 챔피온 같은 걸 직구해서 입었는데, 저 말고도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해외구매대행을 해주는 쇼핑몰을 열게 됐는데,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해외 구매 대행을 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많아진 거죠. 게다가 마침 미국 대학교를 라이센스로 가져와 국내에서 패션 브랜드로 전개하는 회사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오리지널 제품을 구매 대행하는 제가 낙수효과를 본 것도 있었어요. 운도 좋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잘 쌓아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아닐까 싶기도 해요.
PEBS 사업을 접은 이유는 뭐였어요? 계속 확장해 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송지헌 매출이 좋았어요. 해외 구매대행이지만 브랜딩과 마케팅에 힘을 쓴 덕분에 팬들이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성에 대한 고민이 생겼고, 사업을 하면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들을 다시 회사에 들어가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플랫폼 플레이스에서 회사 생활을 다시 시작한 거죠.
PEBS 입사 직후에 어떤 일이 맡겨졌나요?
송지헌 플랫폼 플레이스는 해외의 좋은 브랜드를 수입해서 국내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플랫폼 플레이스가 취급하는 여러 브랜드 중에서도 저는 ‘세인트 제임스’의 국내 마케팅을 담당하게 됐죠.
PEBS 담당하셨던 프로젝트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송지헌 기본적으로 다 해외 브랜드이기 때문에 국내에 맞게 로컬화를 하는 작업이 필요한데요. 특히 세인트 제임스는 그 부분에서 자유도가 굉장히 높은 브랜드여서 국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건 일러스트레이터 그림비 작가님과 함께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열었을 때예요. 팬데믹 시기였던지라 여행이라는 주제로 전시 같은 걸 열었는데, 당시 라이프스타일 제품에 대한 테스트를 해보고 싶은 니즈가 내부에 있어서 굿즈 개념으로 일부 기획 및 판매를 했었죠. 접시, 앞치마, 컵 등을 만들었고 그중에는 강아지 옷도 소량 있었어요. 그런데 의외로 그게 너무 반응이 좋은 거예요. 그 이후에 강아지 옷을 정식 컬렉션으로 출시하는 데 연결이 되기도 했어요. 역시 부딪혀봐야 아는구나 또 한 번 깨달았던 거죠.
PEBS 확실히 현장에서 체득할 수 있는 것들이 있네요.
송지헌 맞아요. 사실 강아지 옷 검색해 보면 세인트 제임스랑 비슷한 결의 줄무늬 옷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세인트 제임스라는 브랜드에서 강아지 옷이 나오길 원했던 거잖아요. 아마 그 현장이 아니었으면 계속 몰랐을 거예요. 그런 경험들이 있다 보니까 지금도 가급적이면 오프라인 현장에 나가 직접 보고 얘기해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직관을 믿다
PEBS 저희가 ‘이 문을 지나면’ 캠페인을 함께했던 테바라는 브랜드는 그 이후에 추가로 담당하게 되신 건가요?
송지헌 맞아요. 테바가 저희랑 새롭게 계약을 하게 됐는데, 그 당시 ‘테바’ 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성비 샌들 이미지가 강했어요. 제 사무실 슬리퍼도 쿠팡에서 아주 저렴하게 샀던 테바 슬리퍼였거든요(웃음). 테바는 유통 측면에서 반드시 개선이 필요했고, 마케팅 측면에서도 한국 시장에 아웃도어 DNA를 잘 정착시켜야 한다는 미션이 있었습니다. 그 미션이 쉽지 않다 보니 내부적으로도 다들 담당하기를 망설였고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을 때는 브랜드의 헤리티지가 지금까지 잘 쌓였고, 그걸 한국에도 재밌게 전달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해보겠다고 손을 들어버렸죠.
PEBS ‘이 문을 지나면’이라는 콘셉트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건가요?
송지헌 먼저 아웃도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외국에서는 이 아웃도어라는 단어 하나로 실외에서 하는 모든 활동을 품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꼭 등산복을 입고 산 정상에 올라가서 숨을 고르는 이미지를 생각해요. 그래서 문밖을 나서면 그 뒤로는 모든 순간이 아웃도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이 문을 지나면’이라는 콘셉트를 떠올리게 됐죠.
PEBS 펩스와 함께할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신 거예요?
송지헌 오래전부터 펩스를 알고 있었어요. 너무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했고, 이 프로젝트는 펩스랑 하면 되겠다는 확신이 있었죠. 브랜드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하면 그걸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연예인을 활용해서 화려한 광고를 찍는 게 아닌, 실제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게 맞는 방향 같았어요. 그건 펩스가 가장 잘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테바 본사와의 첫 미팅 때 다짜고짜 펩스랑 하겠다고 질러버렸어요. 팀원들이랑 의논해 본 적도 없는데 말이에요(웃음).
PEBS 다들 당황했겠어요.
송지헌 그러니까요. 다들 그랬어요. ‘펩스가 대체 누구냐’고요(웃음). 그래서 펩스가 어떤 팀인지 다른 분들에게도 소개를 해드렸고, 빠르게 첫 미팅을 가졌는데, 예찬 감독님께서 펩스 작업에 담긴 진정성을 너무 잘 전달해 주신 덕분에 다들 감동을 받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 미팅 때 이야기를 지금도 종종 할 정도로 강력한 인상이 남았던 미팅이에요. 마케팅을 하다 보면 숫자보다는 직관을 믿는 게 맞을 때가 종종 있거든요. 그때는 정말 직관으로 움직였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이 캠페인은 반드시 펩스랑 해야만 했어요.
PEBS 그렇게 믿고 불러주신 덕분에 저희도 아웃도어 분야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거의 1년 정도를 함께하면서 총 다섯 개의 영상을 같이 만들었잖아요. 보통 캠페인 영상이라고 하면 한 시즌 정도를 같이 하는 게 다니까, 저희로서도 특별한 경험이었죠.
송지헌 한 번 크게 만들 수 있는 예산이 있다고 하면 저는 그걸 쪼개서 작게 여러 번 하는 걸 선호해요. 브랜드 메시지라는 건 결국 여러 번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서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되잖아요. 그래서 다섯 개의 영상을 만들기로 했는데, 제 기억에는 다섯 번 모두 펩스에서 세 분 정도? 정말 최소한의 스태프로 구성해서 오셨거든요. 그런데도 현장이 너무 수월하게 돌아갔고 그만큼 결과물도 잘 나왔어요. 그때 마케팅이라는 건 돈이나 규모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느꼈죠. 우리의 목표와 메시지가 명확하고, 그걸 같이 잘 만들어갈 마음 맞는 사람들이 있으면 충분히 좋은 퀄리티가 나온다는 걸 직접 목격했던 거예요.
PEBS 인물의 행동과 표정을 최대한 생생하게 담아내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적은 인원으로 그때그때 더 기민하게 움직이는 게 맞겠다는 판단이 있었죠. 콘텐츠가 발행된 후 마케팅적인 지표들은 좀 어땠나요?
송지헌 많은 지표가 긍정적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더 이상 테바를 가성비 브랜드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많은 채널을 통해 테바가 아웃도어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였죠. 이를테면 테바 샌들을 배낭에 걸고 다니거나, 테바 샌들을 신고 계곡에 들어가는 모습 같은 것들에서요. 아웃도어 브랜드 연관 검색어에도 테바가 등장하기 시작했죠. 제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유효하게 힘을 발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했어요.
좋아하고 존중중하기
PEBS 가장 최근까지는 휠라에서 마케팅을 담당하셨죠. 휠라에서의 역할과 플랫폼에서의 역할은 서로 많이 달랐나요?
송지헌 제가 소속됐던 팀은 조금 더 매출을 일으키는 데 초점을 맞춘 마케팅 활동을 하는 팀이었어요. 그동안 매출을 신경쓰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제가 주력했던 분야와는 또 달랐고, 예산 규모도 달랐기 때문에 저에게는 정말 많은 부분이 도전 같았죠. 돌아보니 많은 부분을 배웠던 것 같은데요, 특히 숫자를 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PEBS 저희가 한 번 더 호흡을 맞췄던 ‘Our Sport is Beautiful’ 캠페인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송지헌 휠라는 원래 스포츠 브랜드에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조금 다른 이미지를 갖게 됐고, 내부적으로도 이를 탈피하고자 하는 숙제가 있었죠. 그래서 리브랜딩 과정에 있었는데, 그 전략 과제 중 하나가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거였어요. 마침 시기적으로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있을 때라, 회사에서는 본격적으로 스포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브랜드 캠페인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죠. 엄밀히 따지면, 제가 소속된 팀에서 할 일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부서 전체가 함께 브레인스토밍하는 과정에서 저의 기획안을 감사하게도 좋게 봐주셨죠. 그렇게 휠라가 정말 멋진 스포츠 브랜드라는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됐어요. 테바에서 리브랜딩을 위해 진행했던 캠페인 관련 경험을 인정해 주셨던 것도 있는 것 같고요.
PEBS ‘Our Sport is Beautiful’ 캠페인의 핵심은 뭐였어요?
송지헌 캠페인을 통해서 ‘우리의 스포츠가 왜, 그리고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스포츠 선수들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휠라에게는 그것이 더 진정성 있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죠. 실제로 휠라는 두산베어스와 한국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오래된 스폰서십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어요. 올림픽 선수들에게 최고 수준의 선수복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고요. 이런 휠라의 진심이 잘 묻어날 수 있도록 선수들의 입을 빌어 담백하게 담아내고 싶었어요. 너무 화려하거나 감동적인 스포츠 광고의 느낌은 덜어내고요.
PEBS 테바 캠페인을 진행하던 규모와 휠라 캠페인을 진행하던 규모가 확연히 달랐을 것 같은데, 더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으셨어요?
송지헌 사실 회사의 규모도, 프로젝트의 규모도 저는 다 처음 겪어보는 수준이었거든요. 그리고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해관계가 많더라고요. 외부에는 저희가 꼭 담고 싶었던 선수들부터, 그들의 팀과 협회, 프로덕션도 있고, 내부적으로도 많은 팀이 관여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PM이니까 이 수많은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저인 거예요. 그래서 ‘내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런 메모를 적었던 게 기억이 나요. ‘사람들은 다 각자의 뾰족함이 있다. 그들이 톱니바퀴가 될 수 있게 적당히 끝을 다듬어주고, 한곳으로 모아, 잘 맞물려 돌아갈 수 있게 해주자.’ 그런 역할을 하려고 계속 노력했던 것 같아요.
PEBS 그렇게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고 그에 따른 다양한 의견이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헤쳐 나가시는 편인가요?
송지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그리고 이뤄야 할 목표에 대해서 계속 상기시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외부 파트너와 일할 때는 우리가 이 캠페인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 캠페인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이야기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실제로 소통할 때만 봐도 예산 얘기했다가 의상 얘기했다가 또 카메라 앵글 얘기하고 그러잖아요. 정신없는 와중에 길을 잃지 않으려면 목표를 잊어서는 안 되죠. 그 목표를 해치지 않는 선이라면 추가적인 아이디어나 요청 같은 것들은 수용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PEBS 어떻게 보면 회사를 운영할 때 가지는 고민과도 비슷한 것 같네요. 공동의 목표를 계속 심어주되 디테일한 액션에 있어서는 믿고 맡겨야 하고, 동기 부여까지도 해줘야 하니까요. 함께 협업하게 될 파트너들에게 특별히 바라는 점 있을까요?
송지헌 제가 <일의 감각> 쓰신 조수용 대표님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그분은 ‘누구나 선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계시대요. 왜 일하다가 의견 차이가 날 때 보면 사실은 다 각자의 위치에서 잘하려고 그러는 경우가 많잖아요. 누구나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걸 알아주면서 또 서로 믿으면서 일을 하다 보면 모든 게 조금씩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같이 일하는 팀들을 최대한 존중하고, 좋아하려고 하거든요. 그걸 느끼면 상대도 자신이 가진 능력을 더 발휘하고 싶어질 거예요. 그리고 상대도 그런 마음으로 저희를 대해줄 때 정말 최고의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제가 펩스랑 함께했을 때처럼요(웃음).
하면 할수록 어려운 일
PEBS 다양한 브랜드에서 마케팅을 펼쳐오신 담당자로서, 현시점의 마케팅 트렌드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송지헌 제가 감히 트렌드를 이야기하기엔 어려울 것 같고요. 다만 느끼는 건 변화가 너무 빠르다는 거예요. 과거와 미래만 있을 뿐 현재는 없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데요. 정말 그 정도로 빨라요. 트렌드임을 알면 이미 지나가 버리고 없어요. 또 한 가지는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들은 트렌드를 자신들의 고유한 이야기로 잘 해석한다는 거예요. 브랜딩은 브랜딩대로 가면서 마케팅 차원에서는 늘 뒤처지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 같아요.
PEBS 좋은 브랜드 마케팅이란 뭘까요?
송지헌 주변에 보다 보면 너무 자기 얘기만 하는 브랜드들이 있는데요. 그런 방법은 적어도 저에게는 좋은 브랜드 마케팅 같지는 않아요. 정말 좋은 마케팅, 잘하는 마케팅은 사람들이 그 브랜드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들만의 언어와 방식으로 기가 막히게 잘 풀어내요. 브랜드의 이야기지만 사람들이 듣고 싶게끔 잘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PEBS 최근에 다시 플랫폼으로 돌아오셨어요. 조금 더 어깨가 무거워졌을 것 같은데요.
송지헌 아무래도 그렇죠. 좋게 봐주신 덕분에 전 직장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고 돌아왔으니 그만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사실 아직 너무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마케팅은 정말 하면 할수록 더 어려운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돌아와 보니 몇 년 전 나보다 조금 성장했다고 느끼는 포인트들도 있는데요. 그래서 더 높은 목표와 도전 의식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또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하고요. 가만 보면 저는 쉬운 길을 잘 택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사서 고생한다랄까(웃음).
PEBS 어렵다는 생각, 부족하다는 생각은 결국 더 잘하고 싶으니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미 지금까지 한 번도 가만히 계셨던 적이 없고 언제나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삶들을 살아오셨으니까 그 자체로도 귀감이 많이 됩니다.
송지헌 좋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한 얘기를 돌아보니 모르면 모르는 대로 부딪히면서 배우고, 배우면 배웠다고 그 단계에서 머무르려 하지 않고, 스스로 좀 더 어렵고 힘든 길을 찾아 갔던 것 같네요. 몇 년 후에 또 이런 자리가 생기면 그때도 지금처럼 웃으면서 자신 있게 지난 날들을 얘기하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