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and]The Brand (2) :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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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에 집중하되,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발견해내는 자세.
당근의 유저 마케팅 리드 이승원은
그것이 지금의 당근을 만든 힘이라고 말한다.


The Brand


펩스는 브랜드의 철학을 명확히 전하고, 

사용자의 마음에 오래 남는 결과물을 만들고자 합니다. 

<The Brand>에서는 그 고민의 연장선으로, 

브랜드 내부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을 만나 

브랜드 콘텐츠의 본질과 가능성을 들여다 봤습니다.  






EP.2

당근


브랜드 파워는 본질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갈 수 있는 신념에서 비롯된다. 지역 기반 커뮤니티 앱으로 시작한 당근은,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도 일관된 브랜드 태도를 유지해 왔다. 본질을 정확히 짚는 크리에이티브, 사용자와의 진심 어린 소통, 조직 전반에 퍼져 있는 배려의 감각까지. 당근이 보여주는 브랜드 감각은 단단하고 선명하다. 당근의 유저 마케팅 리드 이승원은 이러한 힘이 브랜드와 사용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치열한 고민, 기민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나온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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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daangn 

동네 이웃과의 연결을 통해 일상의 가치를 높이는 지역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 중고 거래로 시작해 지금은 동네소식, 알바, 모임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 동네 생활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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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공법으로 쌓은 브랜드 감각 


김예찬(이하 PEBS)  지금 당근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계신데요. 브랜드 마케팅 쪽에 대한 흥미는 언제부터 갖고 계셨어요? 



이승원  시기를 특정할 순 없지만 어렸을 때부터 친구의 캐릭터를 발견하고 별명도 붙이고 하는 것들을 좀 잘했었어요. 친구들 반응도 좋았고 유행어 같은 것도 잘 만들었고요. 그러면서 내가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물건이든, 아니면 무형의 개념이나 메시지든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영향력을 끼치는 것에 관심이 있었죠. 대학에서 광고 홍보를 전공한 것도 그런 흐름의 일환이었던 것 같아요. 



PEBS  첫 회사는 어디였어요? 



이승원  애경그룹의 모태가 되는 애경산업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을 시작했어요. 처음 담당했던 업무가 명절 선물 세트를 만드는 업무였는데, 제가 원하던 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죠. 그런데 당시 전무님께서 이 팀의 A라는 선배에게 배우면 소비재의 전체 밸류체인을 이해할 수 있다고 동기부여를 해주셨어요. 실제로 그 선배가 유관 부서를 다 휘어잡을 정도의 기획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갖고 계신 분이었고, 저에게도 정말 많은 걸 알려주셨죠. 그만큼 혹독한 시간이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추석 선물 세트를 만든다고 하면 치약, 샴푸, 린스, 비누, 바디워시를 수 백만개를 만들고 조합하는 복잡한 오퍼레이션 과정이 수반되거든요. 생산 기간을 감안하면 2025년 추석 선물 세트는 2024년 추석이 끝난 직후부터 기획해야 되는 거예요. 어느 정도 미래를 내다 보는 감각이 필요했던 거죠. 거기다 애경산업은 선물 세트에 컬래버레이션을 진짜 많이 했어요. 그 이면에는 엄청나게 험난한 오퍼레이션 과정이 있는데, 전체 생산 공정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기획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에요. 그 시기를 보낸 덕분에 좋은 크리에이티브는 운영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는 걸 배울 수 있었죠. 


PEBS  그런 다음에는 또 어떤 업무를 맡으셨어요? 


이승원  선물 세트 기획 업무를 3년 정도 하면서 기본기를 닦은 다음 ‘리큐’라는 세탁 세제 브랜드로 넘어갔어요. 그때 당시에 시장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이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니즈가 있었죠. 외부 자문으로 교수님을 한 분 모시고 8주간 외부 컨설팅도 했었어요. 그 과정이 저한테는 되게 인상깊은 경험으로 남아 있는데, 글로벌 세탁 세제 브랜드의 제품과 커뮤니케이션 역사를 공부하라는 과제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어떤 흐름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왔는지, 어떤 제품이 나왔는지 이런 것들을 정말 밤을 새워가면서 조사를 한 거죠. 그러면서 그 오랜 세월 동안 브랜드들이 놓치지 않았던 건 세척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사실 세제라고 하면 세척력이 본질인 게 맞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저희 제품의 세척력이 훌륭하다는 사실에 의심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그걸 강조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편리함이나 스마트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었던 거죠. 그 인사이트를 얻고 나서는 약 6개월간 제품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집중해서 포트폴리오를 정비하고 프리미엄 라인을 출시했어요. 이후 6~7개월만에 1위를 달성했고요. 


PEBS  굉장히 유의미한 시간이었겠네요. 본질의 중요성을 깨닫는 기회도 되었을 것 같아요.    


이승원  맞아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교과서적인 얘기잖아요. 그런데 그냥 시장에 대응을 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다 보면 기본적인 걸 놓치기가 쉬워요. 디자인을 바꿔본다든지 본질적인 것 그 외의 주변적인 것들로 차별점을 주는 게 더 쉬우니까요. 그렇지만 프로덕트의 핵심적인 기능이 미흡한데 나머지가 좋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반응해 주지는 않더라고요. 왜 무협지 보면 고수 할아버지가 화려한 기술 다 놔두고 작대기 하나로 툭 쳐서 이기는 그런 느낌 있죠. 말하자면 정공법인 거예요. 그런데 정공법이 크리에이티브한 느낌을 주는 단어는 아니잖아요. 보고를 했을 때 ‘당연한 거 아니야?’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고요. 그런데 브랜드 담당자라면 그 당연한 걸 밀어붙일 수 있는 신념이 있어야 되더라고요.  


PEBS  또 다른 브랜드도 담당하신 게 있나요? 


이승원  ‘에이지투웨니스’라는 뷰티 브랜드가 중국 확장을 하려던 때였는데, 마케팅팀이 신설된다고 해서 애경에서의 마지막 2년을 거기서 보냈죠. 리큐에 대한 애정도 있었지만 최대한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거든요. 그래서 알리바바 산하의 티몰이라고 우리나라로 치면 쿠팡 같은 건데, 그 안에 에이지투웨니스 브랜드관을 세팅하는 작업을 했어요. 제품은 어떻게 구성할 건지, 마케팅 소구점은 무엇인지 플랫폼 관점에서의 브랜드 일을 배웠던 거죠. 중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인 광군제 같은 행사도 준비하고, 라이브 방송도 되게 많이 했어요. 


PEBS  공부가 굉장히 많이 필요했겠네요. 중국 현지의 시장 상황뿐만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의 구조 같은 것도 다 이해를 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이승원  저희 팀 중국인 동료와 같이 공부를 많이 했었어요. 시대가 정말 많이 바꼈다는 생각도 했죠.  알리바바와 협상하러 가면 우리보다 우리 브랜드의 포텐셜을 더 잘 알고 있는 거예요. 그쪽에서 갖고 있는 데이터가 명확하니까요. 브랜드보다 플랫폼이 더 많은 정보를 갖는 시대가 된 거죠. 알리바바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너희는 이 정도 매출을 할 수 있는 브랜드야’ 단정지으면 우리는 더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더 치밀한 전략을 가지고 설득해야 되는 거예요. 


PEBS  리큐에서는 이미 잘 자리 잡은 브랜드를 한 단계 성장하게 만들기 위한 고민을 했다고 하면 에이지투웨니스에서는 조금 더 스타트업에 가까운 형태로 일을 하셨겠어요. 


이승원 맞아요. 어떤 전략이 좋을지 책도 많이 읽어보고 팀장님과도 진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중간 설득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도 느꼈죠. 저희가 세운 전략을 실행하려면 일단 상부에 납득을 시켜야 되잖아요. 그런데 그걸 또 그대로 이야기하면 피부로 느끼기 어려울 테니까 일종의 번역가가 된 것처럼 이게 왜 중요한지 나름대로 정리를 해서 CEO 보고를 해야 되는 거죠. 저한테는 여러 가지로 외연의 확장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당근에서 배운 것 


PEBS  애경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하면서 7년을 일하고 이제 당근으로 넘어오셨어요. 당근을 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이승원  중국 디지털 마케팅을 경험하면서 세상이 점점 더 디지털화 되어 간다고 느꼈던 게 컸어요. 계속 마케팅을 하더라도 IT 쪽으로 도메인을 바꿔야 더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또 하나는 아내의 영향도 있었어요. 아내가 배달의민족에 오래 있었는데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그 위트와 말랑말랑함 같은 게 부럽더라고요. 그런 문화 안에서 브랜딩을 한다는 건 어떤 걸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PEBS  막 합류했을 때 당근의 첫 인상은 어땠어요?  


이승원  당근은 기본적으로 마케팅 사이클이 굉장히 빨라요. 소비재도 흔히 ‘FMCG(Fast-Moving Consumer Goods)’라고 해서 빠르게 제품을 내고 실패하면 드랍하고 또 빠르게 신제품을 내는 편인데, 그래도 제조업 기반이니까 사이클이 빨라도 6개월에서 1년이거든요. 그런데 당근은 그 사이클이 하루가 될 수도 있는 거예요. 계속 업데이트를 하니까요. 그 차이가 확 느껴져서 너무 재미있었어요. 예를 들어 자동차를 만든다고 하면 여기는 바퀴부터 만들어서 내보내 보라는 식인 거죠. 그 뒤로는 계속 사용자들 피드백 받으면서 개선하면 되는 거예요. 


PEBS  당근에서 처음 담당했던 프로젝트는 뭐였어요? 


이승원  당근은 서비스 초기부터 사용자와 소통하며 피드백을 제품에 반영해온 DNA가 있어요. 브랜드 마케팅 차원에서도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피드백 중에 눈에 들어왔던 게 서로의 당근 거래자를 한 눈에 알아봤으면 좋겠다는 게 있었어요. 그래서 ‘당근이세요?’ 메시지를 넣은 당근 장바구니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반응이 심상치 않은 거예요. 그래서 당근 앱 안에서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당근이세요?’ 오행시를 작성해서 댓글로 달면 추첨을 통해 100명에게 장바구니를 증정하는 이벤트였죠. 그걸로 20만 명이 참여했어요. 그 정도로 참여율이 높은 이벤트가 없었거든요. 그러면 이거 캠페인으로 연결해도 좋겠다 싶어서 브랜드 필름까지 만들게 된 거예요. 


PEBS  그 속도를 따라가는 게 힘들지는 않으셨어요? 영상 업계로 치면 레거시 미디어에 있다가 유튜브를 시작한 거나 다름없는 느낌이거든요. 


이승원  대단한 전략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해요. 무엇보다 동료 분들이 다 너무 일을 잘하더라고요.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는데 옆에서 한 마디 툭 던지고 또 옆에서 한 마디 툭 던지면 어느새 완성이 되는 거죠. 그리고 캠페인의 근간은 결국 소비자를 이해하고 그들이 문제라고 느끼는 것들을 해결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업무의 본질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던 것 같아요. 


PEBS  ‘당근이세요?’ 이후로 시간이 꽤 많이 흘렀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을까요? 


이승원  작년에 했던 ‘당근알바’ 캠페인이 저는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알바는 보통 20대가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당근알바는 전연령대가 고루 잘 쓰는 서비스였고, 여름 방학을 맞아 20대가 더 많이 찾게 해보자는 목표를 설정했어요. 그래서 ‘워크돌’로 흥행하고 있던 엔믹스의 오혜원 님을 모델로 섭외했죠. 메인 카피는 ‘오늘도 잘 벌었습니다’였는데, 결국 알바를 하는 20대는 알바의 숭고함 같은 것보다도 돈을 잘 버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겠다고 판단했어요. 어떻게 보면 좀 파격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렇게 시원한 느낌으로 가니까 바이럴도 많이 되고 반응이 꽤 좋더라고요. 이 기세를 몰아야겠다 싶어서 숏폼까지 만들어 내보내니까 조회수가 700만이 나왔어요. 그 이후로도 어떻게 하면 이 캠페인을 더 살려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SNS 이벤트와 옥외 광고를 진행했어요. 앞으로 밀고 나가는 에너지가 너무 좋았던 캠페인이에요. ‘나 정말 끝까지 해봤다, 후회 없어’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요. 






PEBS  김향기 배우가 당근이 탈을 쓰고 나왔던 ‘당근페이’ 캠페인도 큰 임팩트를 남겼죠. 


이승원  그때 함께한 동료들을 통해서 크리에이티브 단계에서 브랜드가 취해야 할 중심은 무엇일까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영상에서 출발해서 다각도로 확장이 많이 된 캠페인이었거든요. 사실 당근이 탈은 영상에서의 재미를 위해 쓰려고 했던 건데 향후 브랜드 에셋으로 쓰임새가 더 많아졌죠. 본편 반응이 좋아서 바로 숏폼을 만들어 내보냈던 ‘당근알바’ 캠페인처럼 처음에 계획한 것들을 완벽하게 실행하기보다 중간중간 좋은 것들을 캐치해서 앞으로 끌고 나가는 힘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PEBS  ‘당근페이’ 캠페인을 통해서 배운 것들은 또 어떤 게 있었어요? 


이승원  보통 어떤 캠페인이 잘 되기 위해서는 매체를 많이 써서 광고하는 게 장땡이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당근페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크리에이티브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예를 들어 10억의 예산이 있다고 치면 누군가는 제작비로 5천만 원만 쓰고 나머지 9억 5천만 원을 매체비로 쓸 수도 있고, 누군가는 제작비로 5억을 쓰고 나머지 5억만 매체비로 쓸 수도 있잖아요. 후자는 이 광고가 가진 자체적인 돌출도와 촉발력에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인 거예요. ‘당근페이’ 캠페인이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크리에이티브의 힘이 컸다고 생각해요.  






진실한 소통의 중요성


PEBS  보통 에이전시와는 어떤 방식으로 일하시나요? 


이승원  저희는 회사 특성상 브랜드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이 한 팀에서 같은 목표로 일을 해오고 있어요. 그러면서 캠페인 액션의 핵심 요소별로 각각 관여를 더 깊이 있게, 직접적으로 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브랜드 마케팅 사이드에서도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단위로 소규모 에이전시들과 호흡을 맞추게 된 것 같아요. 


PEBS  그러면서 크리에이티브 자체에 대한 고민도 많아졌을 것 같아요. 


이승원  이제는 프로젝트별로 나눠서 생각해야 하니까 내부에서 할 일이 많아졌어요. 커뮤니케이션도 더 딱 붙어서 많이 하게 되는 것 같고요.  


PEBS  저희도 일을 하다 보면 보통 스타트업들이 에이전시의 업무를 많이 흡수해서 일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거든요. 그들이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그걸 조금 더 뾰족하게 다듬는 일을 하위 에이전시나 프로덕션에 요청하게 되는 일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이 방향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브랜드를 가장 잘 아는 건 브랜드 담당자들이니까요.


이승원  그래서 저도 일을 하면서 내부에서 풀어야 할 문제와 외부의 전문성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구분하는 게 되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프로젝트를 통해 진짜 전달하고자 했던 방향성이라든지 혹은 정책적인 부분 같은 것들은 내부에서 꽉 잡고 가야 하는 거죠. 에이전시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을 명확히 알고 요청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PEBS  이건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이건 외부에 맡겨야 될 것 같다는 판단은 어떻게 하는 편이세요?  


이승원  저희가 앱 서비스를 하고 있다 보니, 워낙 많은 데이터와 유저 피드백을 갖고 있거든요. 그걸 기반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 규정은 내부에서 소화를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외부에서 보기에 문제라고 판단하는 것들에 대한 의견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요. 그다음 이 문제를 크리에이티브로 전환시키는 영역에서는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데, 중요한 건 크리에이티브를 보고 우리에게 가장 맞는 지점이 무엇인가를 판단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크리에이티브 레벨이 1단계부터 10단계까지 있다고 쳤을 때, 지금 우리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적절한 크리에이티브는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어야 되는 거죠. 그런데 그 확신이 아직 저희한테 없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확신을 하게 만들어주는 에이전시의 역할도 필요한 것 같아요. 역할을 또 너무 완벽하게 구분지어버리면 좋은 크리에이티브가 잘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PEBS  상호 간 적당한 유연성을 가지는 게 중요하겠네요. 어떤 외부 파트너와 일할 때 ‘이 프로젝트가 잘 되겠다’ 싶으세요?  


이승원  진실되게 이야기해주는 팀을 만나면 그렇게 되는것 같아요. ‘당근알바’ 캠페인 할 때 에이전시에서 막내 분이 같이 들어왔는데, 모델을 누구를 해야 되냐 얘기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CD님이 한참 이야기를 하신 다음에 막바지에 그 막내 분이 손을 들고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저렇게 용기를 내서 하는 말은 진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PEBS  재미있네요. 바로 직전에 했던 토스 인터뷰에서도 같은 말씀을 하셨거든요. 브랜드 입장에서는 에이전시나 프로덕션이 가감없이 진실을 이야기해줄 때 매력을 느끼게 된다는 거죠. 


이승원  물론 전문성이 기본 전제가 되어야겠죠.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올바른 진실을 이야기할 확률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러려면 브랜드 안에 있는 사람들이 파트너로 하여금 진실한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하다 못해 미팅 끝나고 혹시 미처 하지 못한 말 없냐고 물어봐줄 수도 있는 거고요. 파트너 입장에서는 지금 내가 던지는 의견이 더 상단의 의사 결정 주체로 향하면서 끝까지 유효할 수 있을 것이냐는 불안이 있을 수 있거든요. 서로 계속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의미를 남기는 일


PEBS  당근이 만드는 콘텐츠의 방향성을 좀 정리해 보자면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이승원  당연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콘텐츠의 방향성은 저희 회사의 코어와 직결되는 것 같아요. 동네를 연결하고, 지역사회를 활발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게 당근의 코어고, 프로덕트 팀이든 마케팅팀이든 다 그 코어를 중심으로 일을 하고 있죠.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건 당근의 조직 문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개인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회사가 되려면 얼라인(align)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당근은 얼라인이 잘 되어 있는 조직이고, 그러다 보니 각자 조금씩 편차는 있겠지만 큰 흐름은 비슷하게 가져가게 되는 것 같아요. 


PEBS  또 하나 당근의 일하는 방식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이승원  제가 좋아하는 사례가 하나 있는데, 대한민국에 처음 엘리베이터가 도입됐을 때 엘리베이터라는 말을 그대로 쓰면 낯설 테니까 ‘수직열차’라는 표현을 썼대요. 우리한테 익숙한 열차라는 단어를 일종의 징검다리로 쓴 거죠. 저는 이게 배려심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하는데, 당근 구성원들한테도 이런 배려심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 같아요. 전국민이 쓰는 앱이니까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두는 거죠.  


PEBS  당근이라는 조직 안에서 또 어떤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으세요? 


이승원  뭐가 됐든 의미 있는 결과물 하나 만들어보고 싶어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젝트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당근이라는 브랜드의 자본을 가지고 하는 일이니까 저희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우선이겠지만 저희 돈을 쓴다고 해서 사회적인 책임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마케팅이라는 도구를 이왕이면 좋은 데 써보자,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PEBS  빠르게 휘발되어 버리는 게 아닌, 마음에 남을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으신 거군요. 


이승원  맞아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은 정말 많잖아요. 그런데 그 중에서도 효과는 되게 좋은데 약간 께름직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분명 있단 말이에요. 그 선을 잘 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단순히 리스크 관리 차원의 문제가 아닌, 브랜딩 관점에서 우리가 어떤 시각을 가지고 갈 것인지에 대한 문제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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